[ 향기에 기억의 조각들이 더해지길 바라며  ]

#1 향기는 추억을 꺼내서 보여주곤 해요.

향기는 기억 속 잊고 있던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기름을 머금은 듯한 우디한 향을 맡으면 중학교 시절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청소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마룻바닥에 앉아 왁스를 칠하고, 수다를 떨며 웃음이 끊이지 않던 그 어수선하면서도 즐거웠던 분위기까지 말이죠. 이렇게 그 순간의 감정과 풍경이 향을 따라 다시 마음속에 선명히 피어올라요.

#2 사소한 일상들을 향기가 특별하게 만들어주죠.

향이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샤워 후 머리를 말리고 깨끗한 잠옷을 입는 그 짧은 찰나를 떠올려요. 몸이 움직일 때마다 은근하게 풍기는 워시의 잔향은 오늘 하루를 잘 씻어냈다는 뿌듯한 마음을 안겨주죠. 그리고 침대에 누워 맡는 스킨과 부드러운 로션의 향기는 하루의 끝을 감싸주는 것 같아요. 내 곁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도 언제나 향이 함께하고, 평범한 일상 속 기억을 특별하게 바꿔 놓아요.

#3 피쿠스의 탄생

‘FICUS’는 라틴어로 ‘무화과’를 뜻합니다. 겉으로는 꽃이 없는 과일처럼 보이지만, 껍질 안쪽에 조용히 꽃을 피워내는 아주 특별한 존재죠. 드러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신의 방식으로 피어나는 삶처럼, 이향에 내면의 힘과 잔잔한 위로의 감정을 담고 싶었습니다.

무화과 특유의 싱그럽고 촉촉한 향을 중심으로 그 속에 은은하게 번지는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더했어요.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가드니아 향을 더했을 때, 비로소 제가 전하고자 했던 잔잔한 분위기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향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자면, ‘무화과의 잔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위로가 필요할 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잔잔히 머무는 향.

#4 포베레의 탄생

FOVERE는 조건 없는 사랑의 감정을 향으로 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향이에요. 라틴어로 ‘사랑하다’, ‘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엄마가 빨래를 개고 정리하던 평범한 일상으로 대변되는 헌신적이고 조건 없는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섬유유연제처럼 맑고 촉촉한 꽃잎의 향, 마른빨래 더미에 스며있던 부드럽고 포근한 향과 엄마를 떠올리며. 형체는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따뜻함과 포근함. 말없이 전해지는 진심을 담기 위해 수많은 플로럴 계열의 향을 시향하고 조합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가장 몰랑몰랑한 사랑의 향기, 이 향기와 함께 사랑의 형태를 닮은 따뜻한 기억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5 향기에 더해지는 기억의 조각들로 특별함은 완성되죠. 

모든 향을 작업할 때마다 제 마음속에는 늘 같은 생각이 머물렀습니다.
향수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향’이라는 존재가 가진 힘과 의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범한 일상에서도 작은 행복과 안도감을 전할 수 있는,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향기를 맡는 순간, 그 향과 함께 떠오르는 따뜻한 기억의 조각들이 더해질 때, 비로소 테이크어샤워만의 향기가 특별해진다고 믿어요.

#6 조향사로서의 두 가지 욕심

만들어내고 싶은 향은 정말 무궁무진하지만, 제일 욕심나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예상되지만 예상되지 않는 향이에요. 그냥 맡았을 때는 예상과 동일한 향이지만, 내 몸에서는 새로운 향이 나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향. 사람마다 체취가 다르니 그 위에 우리의 향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나만의 향’처럼 느낄 수 있는 향을 만들고 싶어 계속 실험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향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향은 철저히 취향의 영역이니까요. 그래서 더 많은 시도와 도전을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불가능에 도전하며 다양한 향을 만들어내는 일이야말로, 조향사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